No. 142 “은혜(恩惠) 받는 자리”

<2018 12 09>


저는 군복무 직후에 목회자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召命)을 확신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믿고 따라온 신앙이었음에도, 제대 말엽 저의 진로와 관련되어 불확실 가운데 방황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분명한 계획과 인도하심으로 ‘빼도 박도’ 못하게 저를 목회자의 길로 이끄셨습니다. 


자라면서 꾸준히 교회생활과 신앙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시작된 신학교에서의 생활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주일학교 졸업 후부터 그리고 군대에 있는 한 동안, 주일예배 출석 말고는 별도의 사역이나 경건생활을 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습니다. 찬송가 이외의 새로운 복음송을 배우거나 듣지도 못 했고, 기도생활이랄 것도 없었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 또한 따로 갖지 못 했었습니다.


해서 신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이 세 가지(성경 찬양 기도)를 시작해 보기로 결단하였고,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매일 스케줄을 정하여 습관이 되도록 시도하였습니다. 시간을 정하여 오전에는 구약성경읽기와 오후에는 신약성경읽기, 교회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새 찬양 배우고 가사를 외우기, 강당과 기도방(학생회관 지하에 마련된 기도굴)에서 짬짬이 기도하기 등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지루하고 무슨 내용이고 어떤 의미이고 유익인지도 모르던, 말씀묵상과 찬양 그리고 기도가 이를 시작한지 채 한 달도 못 되어 저에게 자연스럽고 익숙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말씀과 기도와 찬양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열정이 제 안에 싹 트기 시작했습니다.


‘은혜’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자발적이고도, 제한 받는 일이 없는 사랑의 은사(恩賜), 즉 선물"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무엇이 되었건 간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아주 좋은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자리는 특별한 장소가 아닙니다. 찬송가 495장의 고백처럼 “예수님과 동행하는 그 어디나 다 하늘나라”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에서 은혜 받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황금자리’로 강연이나 수업에서도 강조되는 앞자리가 그렇습니다. 앞에 선 사람이 잘 보이기도 하고, 예배자의 적극적인 마음이 표현된 위치이기도 하고, 앞에만 집중하기에 다른 어떤 것에도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은혜를 받는 자리입니다. 


또 하나의 은혜 받는 자리는 예배가 끝난 후의 자리입니다. 축도 후에 후주가 연주되며 갖는 기도시간입니다. 예배 전에 가졌던 소망과 기도의 제목이 오늘 예배를 통해 어떻게 조율이 되었고 응답이 왔는가를 이 때 살핍니다. 은밀하게 구했고, 간절하게 응답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오늘부터 은혜 받는 자리를 만드시고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저와 여러분에게 은혜 주시기를 원하십니다.